며칠 전 더위에 지쳐 편의점에 들어갔다. 그냥 시원한 콜라 한 캔 집으려던 순간, 가격표를 보고 멈칫했다. 한 캔 2,000원, 500ml 페트병은 3,900원. 예전엔 이런 가격이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, 요즘은 괜히 손이 망설여진다. 나만 그런 줄 알았더니 인터넷엔 “한국 코카콜라 왜 이렇게 비싸냐”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었다. 심지어 일본보다 2.6배, 미국보다 2배 이상 비싸다는 얘기도 있다. 이 정도면 ‘브랜드 프리미엄’을 넘어 ‘가격 피로’에 가깝다.

한국 콜라 가격이 비싼 이유

조금 더 찾아보니 이유가 있었다. 한국에서 코카콜라는 LG생활건강이 독점 유통권을 갖고 있다. 코카콜라 본사는 원액만 공급하고, 현지 파트너사가 생산·유통을 맡는 구조인데, 한국에선 그 권리를 LG생건이 가져가면서 사실상 경쟁이 사라졌다. 경쟁이 없으니 가격 인하 압박도 없었고, 프로모션도 드물었다. 덕분에 소비자는 일본·미국보다 비싼 가격을 감수하며 코카콜라를 마셔야 했다.

펩시 제로의 반격

하지만 이런 상황을 뒤흔든 게 바로 펩시 제로 슈거 라임향이었다.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제로 콜라는 “근본이 없다”, “밍밍하다”는 이미지가 강했는데, 펩시가 향과 탄산 밸런스를 잘 잡으면서 게임을 바꿨다. 소비자 조사에서도 펩시 제로가 맛있다는 응답이 77%, 코카콜라는 56%에 그쳤다. 한 번 굳어진 ‘펩시가 더 맛있다’는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.

코카콜라는 뒤늦게 레시피를 손보고 신제품을 내고, 심지어 1+1 행사까지 시작했지만 이미 떠난 소비자를 붙잡기엔 늦었다. 시장은 냉정했다.

가성비와 품질을 놓친 대가

내가 제일 아쉽게 생각하는 건 ‘가성비를 오래 지키는 브랜드’가 드물다는 점이다. 잘 나갈 때 합리적인 가격과 꾸준한 품질을 유지했다면 소비자 충성도는 더 오래 갔을 것이다. 하지만 한국 식음료 시장은 히트 치면 가격을 올리고, 행사 줄이고, 프리미엄 이미지만 유지하려 한다. 그러다 대체재가 등장하면 급히 따라가지만 이미 늦는 경우가 많다. 이번 코카콜라 사례가 그 전형이다.

제로 음료, 건강엔 괜찮을까

물론 제로 음료가 100% 건강하다고 보긴 어렵다. 인공감미료에 대한 장기 연구는 아직 결론이 없지만, 각설탕 다섯 개 이상 들어간 가당 탄산보다는 ‘덜 나쁜 선택’이라는 데는 많은 전문가가 동의한다. 그래서 나는 요즘 물 → 제로 → 가당 순으로 선택한다. 완벽해서가 아니라, 지속 가능한 타협이라서다.

시장이 말하는 소비자의 선택

결국 한국 코카콜라의 부진은 건강 트렌드 때문만이 아니다. 가격 피로, 행사 부족, 브랜드 과신이 겹쳤고, 그 틈을 펩시 제로가 맛으로 파고들었다. 한때 ‘국룰’이던 콜라 브랜드도 소비자의 취향과 지갑이 외면하면 순식간에 판이 바뀐다. 앞으로의 탄산 시장은 브랜드 이미지보다 가성비와 품질 일관성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될 것이다. 소비자는 이미 그 길을 걷고 있고, 이제 기업이 따라올 차례다.